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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약속, 알츠하이머병과 사투 벌이는 수애 연기에 감탄

블랙뮤젤 2011. 10. 26. 07:00

처음 천일의 약속을 접했을 때 김수현 작가의 작품 이란 걸 안 후 어느 정도 드라마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특유의 감성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처럼 친숙하고 대사 하나 하나가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편안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작품마다 하나씩 이슈화를 만든다. 예를 들자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동성애 코드를 넣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엄마의 독립선언이다. 또한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흔히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불륜을 넣었다.

 


이번 천일의 약속에서는 김수현 작가의 특유의 색채를 넣을까 궁금했는데 그것은 바로 젊은 여인의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앓고 있어 서서히 사랑하는 모든 것, 추억 기타 등등을 서서히 지우개처럼 지워버리는 설정이다. 초입에서는 불륜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하지만 이서연(수애)와 박지형(김래원)이 격렬히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번 천일의 약속은 그래도 아직까지 막장이라고 불릴만한 요소는 없다. 어설픈 3각 관계처럼 보이지만 김래원 정략적 결혼에 의해 헤어졌으니 말이다. 사촌으로 등장하는 장재민(이상우)가 이서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냐? 또는 이서연의 엄마가 오현아(이미숙)이 아니냐? 란 설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돌았지만 김수현 작가는 그런 숨겨진 코드는 없다라고 논란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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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천일의 약속은 이서연이 기억을 잃어가며 겪어야 하는 고통과 주변 사람들 즉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을 다음 회부터 여실히 보여 줄 것이라 생각된다. 초반 이서연의 치매 진단을 받고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오열을 했다. 이 장면에서 수애의 연기력은 감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작가의 대본이 훌륭해서도 있지만 처절한 연기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앞으로 더욱 더 처참하게 망가지고 고통스러워하고 아파해야 할 것인 것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라면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앞으로 그 비참함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기대되기도 하다.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안 후 오열 하는 수애의 연기력은 감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단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서연은 집에 돌아와 홀로 소주를 들이켜고 소리치며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서연이 비극이 시작되면서 수애 연기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수애는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만을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강인하면서도 여린 모습 또한 담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특유의 대사 체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말이다. 수애는 온 몸으로 현실을 거부했고, 분노했으며, 철저히 망가졌다. 혼자 방에서 광기어린 독백 연기를 보면서 수애의 존재감이 서서히 드라마에 농익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애의 모습에서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가 보인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4회를 지난 지금 서서히 수애의 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깊은 표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천일의 약속은 정통 멜로로 신파적 요소를 담겨 있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가슴 아픈 떨림을 애잔하게 어떤 방식으로 수애가 보여 줄지 귀추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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